멋진 그림을 그릴 때 나는 무엇이 되나? - 오르한 파묵 "내 이름은 빨강" (3)
안녕하세요, 상승로켓입니다.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에 대한 글을 2회로 끝내려고 했으나, 이번에 예술에 대한 태도로 삶에 대한 태도를 엿볼 수 있는 글들이 나와 따로 글을 작성하기로 했습니다.
이야기의 배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2권, 에니시테 마저 살인자의 손에 의해 살해당하자, 술탄의 지시로 3일 안에 당장 살인자를 찾아내지 못하면 직접 세밀화가들을 고문해서 살인자를 밝히겠다고 하면서 화원장 오스만과 카라에게 살인자를 찾아내라는 명을 내립니다.
화원장과 카라는 세밀화가들이 그리고 있던 그림에서 세밀화가들의 고유한 스타일을 이용하여 살인자를 찾아내려 합니다.
말의 그림에서 살인자의 특징을 엿볼 수 있는 서투른 붓터치를 알아내고 세밀화가들이 기억에만 의지하여 단숨에 말을 그리는 시합을 열어 살인자를 찾고자 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여기서 , 나비, 올리브, 황새 각자가 말 그림을 그리며 각기 마음에 가졌던 태도를 알 수 있게 됩니다.
멋진 말 그림을 그릴 때, 나는 바로 그 말이 된다. - 올리브
멋진 말 그림을 그릴 때, 나는 멋진 말 그림을 그렸던 위대한 옛 대가가 된다. - 나비
나는 멋진 말 그림을 그릴 때에만 내 자신이 될 수 있다 - 황새
우린 어떤 삶을 살고 싶을까요?
이 세상의 아름다움과 비밀은 오직 사랑을 가지고 기울이는 관심과 다정함에 의해 드러난다,
는 소설속의 문장처럼, 우리 또한 사랑을 가지고 관심과 다정함으로써 바라볼 때 우리의 인생이 진정 아름답게 느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에서도 말하고자 하는 것이 그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2OP0GukZwUE
맺음말: 세상을 창이 아닌 문을 열고 들어가야하는 방으로 생각하자.
'내 이름은 빨강'이라는 두 권으로 이루어진 소설에 대한 상념을 이제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대부분의 소설들, 그리고 우리들은 원근법으로 세상을 봅니다. 주인공이 있고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것들은 희미하고 작고 보잘것 없이 그려집니다. 우리 또한 그렇게 세상을 보고 살아갑니다.
높은 권력, 높은 재력, 그리고 요즘은 유튜버, 연예인등이 크고 멋지게 그려지고 나머지는 원근법에 따라 작고 희미하고 존재감 없게 만들어버립니다.
유튜브의 원근법은 조회수, 구독자수인셈이죠.
이 소설은 세밀화가들을 통해 인간의 시각(원근법)이 아닌 신의 시각으로 모든 등장인물들이 비중있게 다루어집니다. 세상을 원근법이라는 창을 통해 바라보는 것이 이제는 너무 과한 그러한 시대를 살고 있다고 봅니다. 핸드폰이라는 새로운 창으로 바뀌었을 뿐 그 곳에 돌아가는 모든 배치들은 원근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59장 나는 세큐레입니다로 소설은 끝을 맺습니다. 여기서 세상을 창이 아닌 수많은 방으로 이루어진 궁전에 비유합니다.
갑자기 세상이 서로 통하는 문이 달린, 수많은 방을 가진 궁전처럼 느껴졌습니다. 우리는 이 방에서 저 방으로 기억하며, 상상하며 드나들 수 있지만, 대부분 게을러서 조금만 움직일 뿐 항상 같은 방에 머무르고 있는 거지요.
그렇습니다. 세상을 원근법의 창으로만 바라본다는 것은 그냥 제자리에 서서 창에서 보여지는 것만 보고 마는 것입니다. 세상을 원근법적 창이 아닌, 문이 달린 방으로 여기고, 문을 열고 이 방 저 방을 다녀야 하는 곳으로 바꿔야할 될 것 같습니다.
화려한 창틀에 현혹되지 않도록 노력해야하는 시대인지도 모릅니다.
세상을 원근법적 창이 아닌, 문이 달린 방으로 여기고, 문을 열고 이 방 저 방을 다녀야 하는 곳으로 바꿔야할 될 것 같습니다.
화려한 창틀에 현혹되지 않도록 노력해야하는 시대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세상을 보고, 세상의 문을 열고 중요한 것 (행복이겠죠?)을 찾는 것이 아니라 ... 결국은 우리 각자의 삶 자체에서, 그 살아가는 과정에서 행복을 찾아야 하겠습니다. 삶의 행복-이것은 당대 최고의 세밀화가도 그 누구도 그릴 수 없습니다. 행복을 바라보는 것을 행복으로 생각하는 착각에 지나지 않습니다. 마치 인스타그램에 행복해 보이는 사진을 보면서 자신의 행복을 대체하는 것과 같습니다.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이라는 소설과 함께 한 너무나도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삶에 대해, 세상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