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옛날이죠. 수십년이 된 것 같습니다. 오르한 파묵의 소설, 내 이름은 빨강은 엄청난 인상을 남긴 책이었습니다.
오리엔탈의 그 색채감이 글자로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기본적인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 이슬람 세밀화 화가들의 비밀과 사랑 이야기
서론
터키의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오르한 파묵의 작품 '내 이름은 빨강'은 16세기 오스만 제국을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와 사랑 이야기를 그린 소설입니다. 이 소설은 깊이 있는 역사적 배경과 복잡한 인물 관계, 그리고 예술과 신앙에 대한 철학적 질문들로 독자들을 매료시킵니다.
제 11장 '내 이름은 카라'에서 술탄은 비밀스러운 책 '축제의 서' 편찬 과정에서 삽화를 화원장 오스만이 아닌, 에니시테에게 맡기면서 발생한 화원장 오스만과 에니시테 에펜디 간의 갈등이 간접적으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줄거리 개요
소설은 1591년 이스탄불에서 시작됩니다. 오스만 제국의 황제가 비밀리에 서적을 제작하기 위해 최고의 세밀화 화가들을 모아 작업을 시작하지만, 그 과정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 사건의 중심에는 세밀화 화가들이 있고, 각 화가들은 자신만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갑니다. 독자는 이들의 시각을 통해 사건을 퍼즐 조각처럼 맞춰가며 전체 그림을 그리게 됩니다.
파묵은 “소설 속의 술탄은 무랏 3세에 해당한다”며 “그는 그림 수집에 많은 돈을 쓴 데다, 소설에서처럼 이슬람 성력(聖曆) 1000년(1622년)을 앞두고 길이 남을 회화집을 만들라고 명령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https://www.donga.com/news/Inter/article/all/20040423/8054331/1
[문학예술]‘내 이름은 빨강’ 작가 ‘오르한 파묵’ 인터뷰
《오르한 파묵(52)의 집필실은 언덕 위에 있었다. 베란다 문을 열면 아래로는 작은 모스크(이슬람 사원)가 보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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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등장인물
- 카라: 술탄의 비밀 프로젝트를 수행하다 살해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스탄불로 돌아온 주인공. 자신의 첫사랑인 셰큐레와 재회하게 됩니다.
- 셰큐레: 남편이 전쟁에서 실종된 후, 두 아이를 키우며 살고 있는 여인. 그녀의 사랑과 선택이 이야기의 중요한 갈등 요소입니다.
- 세밀화 화가들: 나비 (하산, ), 올리브 (벨리잔, 화요일), 황새 (무스타파, 금요일), 엘레강스.. 이들 각자의 시점과 기술을 통해 이야기는 다층적으로 전개됩니다.
- 에니시테 에펜디 (Enishte Effendi):
- 세큐레의 아버지입니다.
- 술탄으로부터 특별한 임무를 받아 궁정화원이 아닌 각자의 집에서 일하도록 허락받았습니다.
- 비밀리에 세밀화가들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 책을 제작하고 감독합니다.
- 베네치아에 다녀와 서양 화법에 매료되어 이를 도입하려 합니다.
- 술탄은 에니시테의 영향을 받아 서양화풍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 오스만 (Osman):
- 궁중화원장입니다.
- 전통적인 세밀화 화법을 고수하는 인물로 보입니다.
- 에니시테 에펜디의 특별한 임무로 인해 그와 거리가 벌어지게 됩니다.
- 엘레강스 에펜디 (Elegant Effendi): 금박을 입히는 솜씨가 뛰어난 장인
- 살해당한 인물로, 이 사건이 소설의 미스터리 플롯을 시작하게 합니다.
이슬람 세밀화 vs. 베네치아 스타일
이슬람 세밀화
출처: https://www.donga.com/news/Inter/article/all/20040423/8054331/1
오스만제국은 15세기 말 그리스 영토까지 장악해 이탈리아 반도와는 아드리아해를 사이에 두고 대치하게 된다.
당시 오스만제국 궁정화원에서는 페르시아(이란)에서 전범이 확립된 ‘이슬람 세밀화(miniature)’가 정통 화풍이었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처럼 화폭을 구성하며 평면적, 투시적이고, 그늘진 곳이 없는 게 특징이었다. 이는 ‘알라의 시각(視覺)’을 그림으로 구현한 것으로 일종의 ‘절대성’을 가졌다. 이를 주도한 것은 헤라트파(派)로 불린 화가 집단. 거장 비흐자드(?∼1564)가 정점을 이뤘다.
그러나 비흐자드의 시대에 아드리아해 건너편에서는 미켈란젤로를 중심으로 서유럽 르네상스 화가들이 새 화풍을 완성하고 있었다. 원근법을 사용하며 그림자와 그늘을 넣어 대상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리는 것이었다. 이 소설에서는 이를 ‘베네치아 스타일’이라고 부른다.
오스만제국의 정치적 지배자인 술탄들은 이 스타일을 더 매혹적인 것으로 봤으며, 이스탄불의 톱카프 궁전에는 차츰 ‘이슬람 세밀화풍’보다 ‘베네치아풍’의 술탄 초상화들이 더 많이 걸리게 되었다. 이 같은 변화는 이 소설 속에서 헤라트파의 후예들로부터 피비린내 나는 반발을 불러일으킨다.
주요 테마와 상징
- 예술과 정체성: 소설은 세밀화 화가들이 자신들의 작품에 어떻게 정체성을 부여하는지, 그리고 전통과 개인 표현의 경계에서 어떻게 갈등하는지를 탐구합니다.
- 사랑과 배신: 카라와 셰큐레의 관계를 통해 사랑의 복잡성과 인간 감정의 이면을 보여줍니다.
- 종교와 예술의 충돌: 이슬람 교리와 세밀화 예술 사이의 긴장은 소설의 중요한 갈등 요소입니다. 예술가들은 신성 모독의 위험 속에서 자신들의 예술적 정체성을 지켜내야 합니다.
- 서구와 동양의 문명 충돌, 신과 인간, 보수와 진보의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가 소설 속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문체와 구성
'내 이름은 빨강'은 독특한 서술 기법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각 장이 서로 다른 인물의 시점으로 쓰여져 있으며, 심지어는 빨강색 자체가 화자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다층적 서술 방식은 독자로 하여금 사건을 다각도로 바라보게 하며, 각 인물의 내면과 동기를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합니다.
이번에는 좀 색다르게 글을 작성해보려고 합니다.
줄거리야 인터넷에도 나오기 때문에 줄거리를 장황하게 늘여 놓는 것은 별로 흥미롭지 못한 것 같아서요.
소설의 구성은 화자가 바뀌어가며 전개되며 번호와 소제목이 붙어져 있는 구조입니다.
독특하게도 1. 나는 죽은 몸으로 시작해서 33. 내 이름은 카라로 끝나는데 소제목들이 '나는', '나를', '저는', '내 이름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오르한 파묵이 1인칭 소제목을 사용한 의도는 다음과 같이 해석할 수 있습니다:
- 다양한 시점 제공: 여러 화자가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전개함으로써, 독자들에게 다양한 관점을 제공합니다. 이는 사건을 여러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줍니다.
- 개인화된 경험 강조: '나는', '나를', '저는', '내 이름은' 등의 표현은 각 화자의 개인적 경험과 감정을 강조합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각 인물의 내면 세계에 더 깊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 현장감과 생동감 부여: 1인칭 시점은 독자로 하여금 마치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합니다. 이는 이야기에 더 큰 현장감과 생동감을 부여합니다.
- 진실성 강화: 각 인물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함으로써, 그들의 증언에 더 큰 진실성을 부여합니다.
- 정체성 탐구: '내 이름은'으로 시작하는 소제목들은 각 인물의 정체성 탐구를 암시합니다. 이는 소설의 주요 주제 중 하나인 정체성 문제를 강조합니다.
- 구조적 통일성: 1인칭 소제목을 일관되게 사용함으로써, 복잡한 이야기에 구조적 통일성을 부여합니다.
- 독자 참여 유도: 다양한 1인칭 시점은 독자로 하여금 누가 말하고 있는지 추측하게 만들며, 이는 독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합니다.
이런 구조를 가졌기 때문에 중간중간 책을 덮고 쉬었다가 다시 읽어도 매우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소설의 장점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1. 나는 죽은 몸
나는 무궁한 암흑과 암흑 사이에서, 잠시 빛을 발하며 살았을 뿐이다.
10. 저는 한 그루 나무입니다.
저는 그저 한 그루 나무이기보다는 어떤 의미가 되고 싶습니다.
여기서는 그림 속 나무가 화자입니다. 제목은 한 그루 나무라고 시작하였지만, 이 섹션의 마지막 문장은 단순히 나무이기 보다는 '의미'로서 존재하길 원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장에서 특히 이교도 화가들의 화풍에 대한 비판을 기술하고 있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이교도 화가들의 화풍을 비판하면서도 예술의 본질과 정체성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지요. '내 이름은 빨강'이 단순한 미스터리 소설을 넘어, 예술에 대한 철학적 탐구를 담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섹션이라고 생각됩니다.
나무는 이교도 화가들의 화풍을 다음과 같은 관점에서 비판합니다:
자연주의적 접근: 이교도 화가들은 현실 세계를 그대로 모방하려고 합니다. 나무는 이러한 접근이 오스만 제국의 전통적인 화풍과는 대조적이라고 말합니다. 오스만 화가들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리기보다는,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그들의 작품에 영적 의미를 담으려고 합니다.
예술에 대한 관점을 서술한 내용들을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11장 내 이름은 카라에서 궁중 화원을 들린 카라와 오스만과의 대화에서 중국과 서양에서 불고 있는 유행 (개성적 화풍-스타일과 그것을 증명하기 위한 서명을 넣는 행위)에 대한 내용을 엿볼 수 있습니다.
스타일과 서명에 대한 견해는 바로 다음장 12장 나를 나비라 부른다에서 카라는 나비라 불리는 세밀화가를 찾아가 질문하면서 밝혀집니다.
스타일과 서명에 대해 나비는,
보는 즐거움과 믿음을 위해서가 아니라 돈과 명성을 위해 그림을 그리는 타락한 자들이 늘어날수록 우리는 스타일과 서명에만 열중하는 추하고 탐욕스러운 행태를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네
라고 말합니다. 이와 관련된 세가지 일화를 빗대어 1) '스타일이란 불완전함을 의미한다' 2) 완벽한 그림이라면 서명이 필요없다 3)은 앞의 이야기들을 합쳐서 결함 있는 그림을 그리고도 뻔뻔하고 어리석게 자만하는 자의 변명이라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세밀화가들도 각자의 손재주, 선의 경향, 붓 터치에서 나오는 기질로 누가 그린 것인지 알 수 있다는 이야기를 2권 41장 내가 화원장 오스만이다 에서 설명되고 있습니다. 즉, 완전히 개성과 스타일을 보이지 않는다고 하지만, 결국 세밀화가들도 그림의 어딘가에는 본인의 스타일이 남게 된다는 것이지요. 화원장 오스만은 책과 그림을 사랑하는 혼자 사는 샤의 옛날 이야기로서 세밀화가들의 비밀스런 서명을 카라에게 들려줍니다.
귀를 보면 알 수 있었지
각자의 솜씨는 다 다를지라도 세밀화가들은 모두 자신만의 방식으로 귀를 그리지. ... 모든 세밀화가는 어떤 그림을 그리든 귀를 늘 같은 모양으로 그리기 때문에 그것은 비밀스러운 서명이 되는 것이지.
10장에서 카라가 '축제의 서'에 나오는 그림을 찬탄하면서 멋진 그림을 누가 그렸는지 묻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림은 그 아름다움을 통해서 인간의 마음 속에 삶의 풍요로움과 사랑, 신이 창조한 세계의 다채로움에 대한 존경심과 신앙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화가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죠...(누리 에펜디)
28장 '나를 살인자라고 부를 것이다'에서 에니시테가 다음과 같이 훌륭한 화가란 무엇인지 이야기 합니다.
훌륭한 화가는 자신의 그림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종국에 가서는 우리 마음속의 풍경까지 바꿔놓는다는 것을 말이야. 어떤 화가의 예술작품이 이렇게 한번 우리 영혼 속에 자리 잡으면 그것은 우리가 세상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잣대가 되고 말지...
38장 '내가 화원장 오스만이다'에서는 그림과 화풍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그곳을 지나는 행렬을 그렸던 광장을 바라보며 걷자, 마치 내가 그린 그림 속으로 들어간 듯한 기분이 되었다. ... 서양화 속에 우리가 그려진다면 우리는 그림과 테두리 밖으로 걸어 나오게 될 것이다. 헤라트파 장인들이 그린 그림에 들어가 있다면, 우리는 신께서 우리를 보시는 곳으로 인도될 것이다..
그림과 시간 - '레일리와 마즈눈'
13장 나를 황새라 부른다에서는 그림과 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세가지 일화 중에서 '레일리와 마즈눈'이라는 전설적인 사랑을 기록한 책을 중심으로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여기서 '레일리와 마즈눈'에 대해 위키피디아에서 줄거리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레일라와 메즈눈'
'레일라와 메즈눈'은 중세 페르시아 시인 니자미 간자비가 쓴 유명한 서사시로, 어린 시절부터 서로 사랑에 빠진 두 연인의 비극적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https://simple.wikipedia.org/wiki/Layla_and_Majnun
주요 줄거리
어린 시절의 사랑:
카이스와 레일라: 카이스와 레일라는 어릴 때부터 서로 사랑에 빠졌습니다. 카이스는 레일라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그녀의 이름을 반복적으로 시에 넣으며 노래했습니다. 그의 이러한 집착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메즈눈'(미친 사람)이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사랑의 좌절:
결혼 거절: 카이스가 레일라의 손을 청하자, 레일라의 아버지는 딸이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사람과 결혼하는 것을 원치 않아 거절했습니다. 이에 레일라는 다른 남자와 강제로 결혼하게 됩니다. 레일라는 결혼 후 병에 걸리고, 결국 사랑의 고통으로 인해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메즈눈의 고통:
광야로의 탈출: 레일라의 결혼 소식을 들은 메즈눈은 부족을 떠나 사막으로 도망쳐 은둔 생활을 시작합니다. 그는 광야에서 홀로 방황하며 레일라에 대한 사랑의 시를 쓰고, 식사를 위해 가족들이 남긴 음식을 먹으며 지냅니다.
비극적 결말: 메즈눈은 결국 레일라의 무덤에서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는 무덤 근처의 바위에 세 구절의 시를 새겼고, 이는 그의 마지막 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학적 의미
이 이야기는 중동의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불리며, 성취되지 못한 사랑의 전형적인 예로 여겨집니다. 레일라와 메즈눈의 이야기는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사랑의 순수함과 헌신을 상징하며, 수많은 시인과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13장 '나를 황새라 부른다'에서는 세가지 일화를 통해 완벽한 그림을 만드는 것은 시간이고, 시간을 초월하기 위해서는 연마된 기술과 그리기. 그리고 이러한 완벽한 그림과 초월한 시간을 버리는 순간이 그 화가의 죽음과 시간이 끝남을 의미한다라는 문장으로 끝을 맺습니다.
완벽한 그림을 만드는 것은 시간
14장. 나를 올리브라 브른다
이 장에서는 카라가 올리브를 만나 화원장 오스만의 질문 중에서 '눈멈과 기억' 대한 생각을 묻고 답하는 내용입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세가지 일화가 흥미롭게 나옵니다.
안다는 것은 본 것을 기억하는 것이며, 본다는 것은 기억하지 않고도 아는 것이다
위대한 화가들은 어둠으로부터 색채와 시각이 나온다는 것을 인식하고, 위대한 장인의 작품은 색채 안에서 시간 너머에 있는 깊은 어둠을 찾는다고 하면서 '어둠을 기억한다는 것'에 대해 세가지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이 이야기 중에서 장님이 된 세밀화가는 그림에 대해 '그림은 신의 기억을 되찾는 것이며, 세상을 그가 본 대로 다시 보는 것을 뜻한다'라고 말하면서 '눈멈과 기억'에 대한 의미를 좀더 알게 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첫번째 이야기에서 가장 위대한 화가 세흐 알리가 '휘스레브와 쉬린'이라는 멋진 그림을 그렸으나, 더 위대한 그림을 그리지 못하도록 통치자 지한 샤가 화가를 장님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하지만, 장님이 된 화가는 다음과 같이 말하며 가장 멋진 그림을 그리게 됩니다.
'이제 저의 눈은 이 세상의 더러움을 전혀 볼 수 없기 때문에 신의 모든 아름다움을 제 기억만으로 가장 순수하게 그릴 수 있습니다.'
여기서 눈멈과 기억의 의미를 엿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장에서 나오는 '휘스레브와 쉬린' 서사시 또한 알아보았습니다.
니자미 간자비의 '휘스레브와 쉬린'은 12세기 페르시아 문학의 대표적인 서사시로, 사랑과 비극이 교차하는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은 사랑, 권력, 질투, 의무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복잡한 인간 관계와 감정, 그리고 운명의 무상함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주인공 소개
이야기의 주인공은 페르시아의 왕자 휘스레브와 아르메니아의 공주 쉬린입니다. 휘스레브는 용맹하고 지혜로운 왕자로,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는 인물입니다. 쉬린은 아름다움과 지혜를 겸비한 공주로, 그녀의 미모와 품격은 멀리까지 소문이 나 있습니다.
페르시아의 왕자 휘스레브는 아르메니아의 공주 쉬린의 초상화를 보고 그녀에게 깊이 빠집니다. 동시에 쉬린도 휘스레브의 초상화를 보고 그에게 깊은 사랑을 느낍니다. 두 사람은 실제로 만나게 되지만,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곧 헤어지게 됩니다.
이야기에는 쉬린을 사랑하게 된 석공 파르하드가 새로운 인물로 등장합니다. 휘스레브는 왕위 계승 문제로 고국을 떠나야 하고, 쉬린은 그를 기다리며 여러 시련을 겪습니다. 휘스레브, 쉬린, 파르하드 사이의 복잡한 관계가 전개되며 긴장감을 더합니다.
휘스레브는 쉬린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파르하드에게 불가능한 과제를 내리지만, 파르하드는 이를 수행하려다 휘스레브의 계략으로 죽음을 맞이합니다. 마침내 휘스레브와 쉬린은 결혼하지만, 휘스레브는 아들의 반란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쉬린도 뒤따라 자살합니다.
장님의 기억이 신에게 도달한 곳에는 오직 절대적인 고요와 행복한 어둠 그리고 빈 페이지들의 영원함만 있을 뿐
19장. 저는 금화올시다
이 장에서는 화폐 (금화)가 화자가 되어 맛깔나는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금화가 진짜가 아니고 순도낮은 가짜 금화를 베네치아 주전소에서 만들어 오스만제국에 통용시키면서 발생하는 장면입니다. 여기서 금을 직접적으로 화폐로 이용한 역사중에서 유명한 금화들을 알아보았습니다.
리디아제국의 리디아 금화, 동로마제국의 솔리두스 금화, 베네치아, 피렌체 등 이탈리아 도시국가의 금화, 이슬람권의 디나르 금화.. 이런 것들이 있군요..
소설에서는 금화가 돌아다니면 돌아다닐수록 금화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오가며 전설과 거짓말이 생겨났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저의 진짜 가치가 떨어질수록 비유의 가치는 더 올라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저를 미치도록 좋아했습니다
'비유의 가치'가 올라가다.. 참 멋진 표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유튜브만 봐도 돈을 위해서 거짓, 폭로, 비방, 선정, 온갖 나쁜 것들과 허구적인 것들이 만들어지고 돌아다니고 있는 것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은 금화가 아닌 종이지폐, 가상화폐로 모습이 바뀌었지만, 그 가치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습니다. 화자의 표현을 빌면 앞으로도 비유의 가치가 더 치솟겠죠.. 더 많은 거짓과 전설들이 만들어지는 것은 어쩌면 막을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인플레이션이 가져오는 인문학적인 해악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늘 경제적인 측면만 생각하다 오늘 '내 이름의 빨강'의 19장 저는 금화올시다를 읽으면서 죽음으로까지 몰고가는 유튜브 세상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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