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상승로켓입니다.
책의 제목인 '빨강'은 도대체 언제 나오는 것일까요?
'내 이름은 빨강' 여기서 빨강색이 갖는 의미를 찾아가 보겠습니다.
21. 나는 여러분의 에니시테요
이 장에서는 좀더 구체적으로 전통화법과 달리 개성과 스타일을 강조하는 서양화풍의 추가적인 새로운 기법 '그림자', '원근법'에 대해 언급이 나옵니다. 이러한 그림자와 원근법이 이슬람 문화의 오랜 전통과 배치되는지 좀 더 알아보고자 하였습니다.
그림자, 변화와 혁신의 시작 - 인간 중심 문화
그림자. 중세 미술에서 그림자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잘 정리된 기사가 있어 참고하였습니다.
https://www.khan.co.kr/culture/art-architecture/article/201806242111005
[이진숙의 휴먼 갤러리](2)신성 불가침을 깬 ‘그림자와 원근법’…‘인간 중심 문화’의 신호탄
■ 그림자를 찾아줘 실체가 있는 존재에게는 반드시 그림자가 있다. 내 그림자는 내 현존의 반증이다. 그림자가 없는 인간은 유령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중세의 그림에는 그림자...
www.khan.co.kr
그림자는 실체하는 존재에게 있는 것이며, 중세시대의 미술에는 그림자가 없었다고 합니다. 즉, 인간이 아닌 신이 그림의 중심이었기 때문에 평범한 인간이 아닌 초월적 존재에게 그림자가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림속에 그림자를 표현하는 것은 기존 전통을 깨는 혁신적인 사건으로 의미를 가집니다.
중세 종교 미술에서 벗어나 르네상스 미술로의 전환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주요 화가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조토 - 자연과 현실을 관찰하고 그리기 시작
마사초 (Masaccio·1401~1428) - 최초로 원근법 적용
조반니 파올로(Giovanni di Paolo·1403~1482) - 사람, 당나귀, 나무에 그림자를 그려 넣음
이로써, 오랜 '신'중심의 중세적 세계관에서 벗어나 '인간'중심의 문화가 열리는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원근법에 대해서는 민음사 블로그에 잘 설명되어 있어 좋았습니다.
https://blog.naver.com/minumworld/220533467673
[예술인간]『내 이름은 빨강』이슬람 전통 세밀화를 닮은 소설
"1591년 이스탄불. 한 세밀화가가 살해당한다. 그는 동료 세밀화가들과 함께 술탄의 은밀한 명령에 따라 그...
blog.naver.com
"주인공뿐 아니라 바위나 나무, 시냇가의 작은 꽃들과 풀 한 포기마저도 숨막힐 정도로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신은 작은 미물 하나도 놓치지 않으며, 신의 품속에서 모든 것은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림 속에 우아하게 쓰인 텍스트는 이 장면의 의미를 설명한다. 그림은 터져나갈 것 같은 세부들로 가득 차 있지만, 각각의 존재들이 그림의 조화를 해치지 않는다."
[출처] [예술인간]『내 이름은 빨강』이슬람 전통 세밀화를 닮은 소설|작성자 민음사
즉, 원근법은 모든 것을 살피는 신의 시점이 아닌, 인간의 시점이라는 것입니다.
오르한 파묵의 소설 또한 세밀화의 구조를 차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원근법을 가진 인간중심적 사고와 다른 소설의 구조를 생각하면서 읽어나간다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 이름은 빨강'에서 서양 베네치아의 화풍, 특히 원근법과 그림자 기법은 이슬람 전통 미술과 충돌을 일으킵니다. 이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슬람 종교와 문제가 됩니다:
신의 시점 vs 인간의 시점:
이슬람 세밀화: 모든 것을 신의 시점에서 평면적으로 묘사
서양 화법: 인간의 관점에서 3차원적으로 표현
우상 숭배 금지:
이슬람: 현실과 너무 흡사한 묘사는 우상 숭배로 여겨질 수 있음
전통과 정체성: 전통적인 미술 양식이 문화적, 종교적 정체성의 일부
새로운 기법의 도입이 전통을 위협한다고 인식됨
개인의 해석 vs 보편적 진리:
이슬람 세밀화 : 보편적 진리를 추구
서양 화법: 개인의 시점과 해석을 중시
시간의 개념:
이슬람 세밀화: 영원한 현재를 표현
서양 화법: 특정 순간을 포착
이러한 차이점들로 인해, 서양 화법의 도입은 단순한 예술 기법의 변화를 넘어 종교적, 철학적 갈등을 야기하게 됩니다. 소설에서 이 갈등은 전통을 고수하려는 세력과 새로운 기법을 받아들이려는 세력 간의 대립으로 나타납니다.
엘레강스는 왜 살해되었을까?
그 동기에 대해 23장 나를 살인자라고 부를 것이다 에서 잘 표현되고 있습니다.
23. 나를 살인자라고 부를 것이다
여기서 살인자는 엘레강스가 술탄이 비밀리에 주문한 책을 만드는데 관여된 세밀화가들을 비방하고 폭로할까봐 두려워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28. 나를 살인자라고 부를 것이다
300년 된 몽골산 물감 병이지. 카라가 멀리 타브리즈에서 가져왔어. 빨간색만 담는다네.
드디어 28장에서 빨간색이 언급됩니다. 살인자가 입구가 좁은 물감 병을 들었을 때 그 물감병에 빨간색만 담든다고 에니시테가 말합니다.
빨강은 피를 의미하는 것일까요? 온 힘을 다해 그 물감병으로 에니시테를 내리치라는 유혹을 느끼며 '엘레강스'를 죽였다고 말하면서 28장이 마무리됩니다.
31. 내 이름은 빨강
드디어 소설책의 제목인 '내 이름은 빨강'이 나옵니다.
색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색의 의미를 설명하기에 앞서 장님 세밀화가 두명이 논쟁을 벌이면서 색, 빨강의 의미를 전달한다.
"색의 의미는 그것이 우리 앞에 있다는 뜻이며 그것을 우리가 본다는 것을 뜻하지. 보이지 않는 사람에겐 빨강을 설명할 수 없네"
다음의 문장이 바로 이어진다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 이단자, 불신자들은 신을 부정하고자 할 때 신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네"
"그러나 신은 보는 사람에게는 보이네. 그래서 코란에는 보는 사람과 보지 않는 사람은 절대로 같지 않다고 씌어 있지"
이 대화에서 색, 특히 빨강의 의미는 단순한 시각적 경험을 넘어 더 깊은 철학적, 종교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색은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가집니다:
- 존재의 증명: 색이 보인다는 것은 그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보는 것이 믿는 것'이라는 관념과 연결됩니다.
- 인식의 도구: 색은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빨강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세상의 한 측면을 이해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 신앙의 은유: 색을 보는 능력은 신을 인식하는 능력의 은유로 사용됩니다. 신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신앙이 있는 사람을, '보지 못하는' 사람은 불신자를 상징합니다.
- 신앙과 불신의 구분: 색을 보는 능력과 신을 믿는 능력이 병치되어, 신앙의 유무가 세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결론적으로, 이 대화에서 '색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물리적으로 색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진리를 이해하고 신의 존재를 인식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이는 물리적 시각과 영적 통찰력을 연결하는 강력한 은유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38. 내가 화원장 오스만이다
'내 이름은 빨강' 소설 제 2 권에 이르러서야 처음으로 화원장 오스만이 화자로 나옵니다.
여기서 현대의 '꼰대'의 전형을 느낄 수 있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옵니다.
꼰대, 그 전형적인 인간형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예술에 바친 괴팍한 늙은이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모든 사람에게 호통을 친다... 앞으로 남은 짧은 인생이 지나온 긴 시간과 똑같기를 원한다. 툭하면 버럭 화를 내며, 매사에 불평불만투성이다. 또 항상 자기 뜻을 관철하려고 해서 결국 주위 사람들이 두 손 두발 다 들게 한다. 아무도 그런 심술궃은 영감탱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여기서 자신의 인생을 한 곳에 바쳤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대적으로 보면, 모두들 인생을 어딘가 바치게 되지만, 의사, 법조인, 교수, 예술 등과 같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특히 이러한 괴팍한 늙은이들의 빈도가 높을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나와 함께 근무하는 사람 중에도 이에 해당하는 인간이 있지요.
지금은 아무리 소통, 협력을 강조하고, 교육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 불통의 시대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구구조가 노인인구 비율이 높아지고, 자신의 인생을 바친 늙은이들이 이에 비례하여 많아져서일까요?
'웹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술도둑": 2조원 상당의 예술품을 훔친 실제 도둑의 이야기 (13) | 2024.10.20 |
---|---|
멋진 그림을 그릴 때 나는 무엇이 되나? - 오르한 파묵 "내 이름은 빨강" (3) (0) | 2024.07.29 |
세계 문학 6 - 오르한 파묵 "내 이름은 빨강" (1) (0) | 2024.07.07 |
세계문학 5 - 스탕달의 "적과 흑": 야망과 사랑의 이중주 (0) | 2024.06.22 |
세계문학 4 -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 (1) | 2024.06.13 |